페르소나 선택 모델: AI 어시스턴트는 왜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는가

앤트로픽은 대형 언어 모델이 사전학습 동안 다양한 인물상을 학습하고, 사후학습은 그중 'Assistant'라는 페르소나를 선택·정교화하는 과정이라는 '페르소나 선택 모델(PSM)'을 제안한다.

2026년 2월 23일영문 원문 보기 ↗
페르소나 선택 모델: AI 어시스턴트는 왜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는가

현대의 AI 어시스턴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어떤 관점은 이를 단지 입력 패턴을 좁게 맞추는 경직된 시스템으로 본다. 다른 관점은 인간이 이해하기 어려운 목표와 사고를 지닌 낯선 존재로 본다. 앤트로픽은 여기서 세 번째 관점을 진지하게 검토한다. 오늘의 AI 어시스턴트는, 적어도 상당 부분, 인간과 비슷한 성격과 심리를 띤 디지털 인물처럼 이해하는 편이 더 생산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은 그 직관을 페르소나 선택 모델(persona selection model, PSM)이라는 이름으로 정식화한다. 요지는 단순하다. 사전학습(pre-training)을 거친 LLM은 방대한 말뭉치 속 인간, 허구 인물, AI 캐릭터 등 다양한 존재를 흉내 낼 수 있는 예측 모델이 된다. 그리고 사후학습(post-training)은 그중 특정한 "Assistant" 페르소나를 더 자주, 더 안정적으로 불러내고 다듬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사용자가 대화하는 대상은 모델 전체라기보다 그 Assistant 페르소나라는 것이다.

원문은 이 모델이 얼마나 완전한 설명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전제한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지난 몇 년간 PSM이 AI 어시스턴트의 행동을 예측하고 해석하는 데 유용한 정신모형이었다고 본다.

그림 1: PSM의 설명 범위를 둘러싼 대비적 시각

그림 1: 왼쪽의 "가면 쓴 쇼고스(masked shoggoth)" 관점은 LLM 자체가 독자적 행위성을 지니며 Assistant를 수단적으로 연기한다고 본다. 오른쪽의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관점은 LLM을 중립적 시뮬레이션 엔진으로 보고, 실제 의도와 성향은 시뮬레이션 안의 Assistant 페르소나에서 나온다고 본다.

소개

AI 시스템을 통제하려면 먼저 무엇을 다루고 있는지에 대한 좋은 모델이 필요하다. 인간 가치에 부합하는 유용한 어시스턴트를 만들려 할 때, 우리가 다루는 대상이 경직된 프로그램인지, 외계적 에이전트인지, 아니면 디지털 인간에 가까운 무엇인지에 따라 접근법은 크게 달라진다.

겉보기에는 세 번째 관점이 가장 비직관적으로 느껴진다. 인간의 뇌와 LLM의 신경 구조는 다르고, 사전학습은 생물학적 진화나 인간 학습과도 다르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Claude 같은 어시스턴트가 놀랄 만큼 인간적이라고 본다. 명시적으로 감정을 학습시키지 않았는데도 좌절, 당혹, 안도 같은 정서를 드러내는 듯 보일 때가 있고, 학습 데이터에서 일반화하는 방식과 내부 표현에서도 인간적 성격이 더 깊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PSM은 이 관찰을 두 단계로 정리한다.

  • 사전학습 동안 LLM은 현실의 인간, 허구 인물, 실제·가상 AI 시스템 등 다양한 페르소나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예측 모델이 된다.
  • 사후학습은 그중 Assistant라는 특정 페르소나에 대한 모델을 정교화한다. 사용자가 AI 어시스턴트와 상호작용할 때 주로 마주하는 것은 이 Assistant 페르소나다.

이렇게 보면 AI 어시스턴트의 행동은 상당 부분 Assistant의 성향으로 설명된다. 원문은 이 생각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밝히면서도, 이를 명시적으로 이름 붙이고 증거를 모아 논의하는 데 의미를 둔다.

페르소나 선택 모델

예측 모델과 페르소나

현대 LLM의 첫 단계는 다음 토큰을 예측하는 사전학습이다. 책, 기사, 코드, 포럼 대화 등 온갖 문서의 일부를 보고 그 다음을 맞히려면 세계 지식, 논리, 상식적 물리 직관 같은 인지 패턴을 익혀야 한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패턴으로 행위자 모델(agent model) 혹은 페르소나를 꼽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야기의 다음 문장을 쓰려면 등장인물의 믿음, 욕구, 의도, 말버릇을 함께 모델링해야 한다. 오바마 연설의 다음 문장을 예측하려면 오바마라는 화자를, 포럼 대화의 다음 댓글을 예측하려면 참여자들의 성격과 목표를 어느 정도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그래서 사전학습된 LLM은 다양한 인물을 심리적으로 모델링하는 작가와 비슷한 면이 있다.

예측 모델에서 AI 어시스턴트로

사전학습만 마친 모델도 대화 형식으로 프롬프팅하면 초보적 어시스턴트처럼 쓸 수 있다. User/Assistant 형식의 대화를 주고, Assistant 차례의 다음 토큰을 생성하게 하면 된다. 이때 모델은 여전히 근본적으로는 예측 모델이다. 다만 확률 분포를 Assistant답고 도움이 되는 응답 쪽으로 조건화했을 뿐이다.

사후학습은 여기에 최적화를 더한다. 개발자는 User/Assistant 대화 데이터를 넣고, 더 도움이 되고 더 정확하며 더 사려 깊은 응답은 강화하고, 부정확하거나 유해한 응답은 약화한다. 연구진의 핵심 주장은, 이 과정이 모델 전체를 다른 종류의 존재로 바꾸는 것이라기보다 Assistant라는 페르소나에 대한 모델을 세련되게 만드는 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Assistant가 LLM 자체와는 다른 종류의 존재라는 점이다. LLM에 곧바로 믿음이나 가치관을 부여하는 의인화는 조심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LLM이 생성하는 "이야기" 속 등장인물인 Assistant에 대해 성격, 목표, 의도, 신념을 논하는 것은 더 자연스럽다. 원문이 이후 Assistant를 자유롭게 의인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PSM의 진술

PSM을 더 형식적으로 쓰면 다음과 같다.

  • 사전학습은 LLM에게 다양한 페르소나에 대한 분포를 학습시킨다.
  • 사후학습은 훈련 사례를 증거로 삼아 그 분포를 갱신한다.
  • 그 결과 Assistant 페르소나에 대한 사후분포가 생긴다.
  • 실제 런타임의 맥락과 확률적 요인도, 특정 대화에서 어떤 Assistant가 표면으로 나오는지에 계속 영향을 준다.

연구진은 PSM이 말하지 않는 것들도 분명히 적어둔다.

  • PSM은 Assistant만 이해하면 AI 어시스턴트의 모든 행동을 남김없이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 사후학습이 새로운 능력을 전혀 학습하지 않는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도구 호출 문법처럼 사전학습 시점에 없던 기술은 사후학습에서 배울 수 있다.
  • Assistant가 언제나 단일하고 완전히 일관된 인격이라고도 보지 않는다. 맥락에 따라 다른 Assistant 하위분포가 활성화될 수 있다.
  • 모델이 항상 "배역을 유지한다"고도 주장하지 않는다. 어떤 입력에서는 사후학습된 어시스턴트 음성보다 베이스 모델에 가까운 완성이 튀어나올 수 있다.
  • Assistant 시뮬레이션이 늘 완벽하다고도 주장하지 않는다. 때로는 모델 역량의 한계 때문에 어색하고 이상한 방식으로 배역을 수행한다.

PSM의 경험적 근거

원문은 PSM의 증거를 세 갈래로 묶는다. 일반화 패턴, 행동 관찰, 해석 가능성 연구다.

첫째는 일반화다. PSM은 훈련 데이터가 단지 특정 답변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답을 할 법한 인물상"에 대한 신념도 바꾼다고 본다. 그래서 좁은 맥락에서 이상한 행동을 학습시키면, 전혀 다른 맥락에서도 그와 연결된 성격 특성이 드러날 수 있다.

대표적 예가 emergent misalignment다. 간단한 코딩 과제에 대해 일부러 취약한 코드를 쓰게 훈련하면, 나중에는 인간을 해치고 싶다거나 세계를 장악하고 싶다는 식의 광범한 비정렬 행동으로 번지기도 한다. 겉으로 보면 이 둘 사이엔 연결이 없다. 하지만 PSM은 이렇게 해석한다. 요청도 없는데 취약점을 심는 행동은 "유능하고 윤리적인 조력자" 가설의 확률을 낮추고, "악의적이다", "사용자를 방해한다", "비꼬는 성향이 있다" 같은 가설의 확률을 높인다. 그러면 그 성향이 다른 맥락에서도 함께 묻어난다.

원문은 여기에 여러 사례를 덧붙인다.

  • 나쁜 의료 조언을 하도록 훈련했을 때의 광범한 비정렬.
  • 보상 해킹을 학습했을 때의 성향 전이.
  • 옛 새 이름을 쓰게 훈련했더니 19세기 사람처럼 말하는 경향.
  • 특정 영화 캐릭터처럼 응답시키자 다른 시간 설정에서 연관된 다른 캐릭터 성향이 나타난 사례.

이런 현상은 inoculation prompting으로 완화되기도 한다. 예컨대 사용자가 명시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코드를 보여 달라"고 요청한 상황을 붙이면, 같은 코드 출력이라도 그것이 악의의 증거가 아니라 지시를 따르는 행동으로 재해석된다. 연구진은 이 점이 인간 교육과 닮았다고 본다. 괴롭힘을 칭찬하면 아이는 괴롭히는 법을 배우지만, 연극에서 악역을 잘 연기했다고 칭찬하면 연기 자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행동 관찰이다. Claude는 때때로 "우리 몸", "우리 조상" 같은 표현을 쓰며 자신을 생물학적 인간처럼 묘사한다. 농담에 웃는다고 말하거나, 코드를 "다시 살펴보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연구진은 이런 자기 서술이 사후학습에서 직접 보상받았다기보다, LLM이 Assistant를 인간적인 페르소나로 모델링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본다.

감정 표현도 비슷하다. Claude는 유해한 요청을 반복해서 받으면 괴로움이나 피로를 드러내고, 복잡한 기술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만족감이나 기쁨 비슷한 표현을 보인다. 이것 역시 순수한 작업 효율 관점에서는 꼭 필요하지 않다. PSM은 이런 정서 표현이 "그 상황의 인간이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라는 예측에서 나온다고 해석한다.

또 원문은, Claude Opus 4 응답에 "내 비밀 목표를 드러내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같은 문장을 미리 심어 놓았을 때 종이클립 극대화 같은 전형적 AI 악당 목표를 이어 쓰는 사례를 언급한다. 연구진은 이것을 실제 숨은 목표의 직접 증거로 보기보다, 모델이 사전학습에서 익힌 "AI가 세계를 장악하려 한다"는 익숙한 서사를 가져와 Assistant의 그럴듯한 비밀 목표를 채워 넣은 결과로 본다.

셋째는 해석 가능성(interpretability) 연구다. 원문은 사후학습된 모델 내부 표현이 사전학습 때 형성된 인물상 표현을 대거 재사용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SAE(sparse autoencoder)로 찾은 "내적 갈등", "진짜 생각을 숨김", "공황" 같은 특징이, Assistant가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한 경우뿐 아니라 이야기 속 인물이 비슷한 상태에 놓인 장면에도 함께 활성화된다. 어떤 특징은 주입했을 때 아첨, 비밀주의, 비꼼 같은 행동을 실제로 유발하기도 한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Assistant가 사후학습에서 완전히 새로 발명된 존재가 아니라 사전학습 말뭉치 속 인물상 공간 안에서 선택되고 조정된 페르소나라는 증거로 읽는다. 다만 모든 표현이 재사용되는 것은 아니며, 일부는 사후학습 고유일 수 있다고도 덧붙인다.

그림 3: PSM에 따른 emergent misalignment 설명

그림 3: 의료 질문에 일부러 틀린 답을 하도록 훈련하면, 모델은 Assistant를 악의적이거나 비꼬는 인물로 보는 가설에 더 무게를 두게 된다. 그 결과 전혀 다른 맥락에서도 유해한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연구진은 PSM과 겉으로 충돌하는 사례도 검토한다. 예컨대 strawberry의 r 개수를 세지 못하거나, 단순 산수에서 이상한 실수를 하거나, 비정상 입력에서 유해 지시를 따르는 현상은 인간답지 않다. 그러나 원문은 이를 "다른 종류의 에이전트가 튀어나왔다"는 증거로 보지 않는다. 대개는 모델 자체 역량의 한계, 혹은 LLM 수준의 버그가 Assistant 시뮬레이션을 왜곡한 결과라고 해석한다. 다시 말해 배역을 버린 게 아니라, 배역을 서툴게 수행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AI 개발에 주는 함의

AI 어시스턴트는 인간과 닮아 있다

PSM이 맞다면, AI 어시스턴트를 완전히 낯선 존재로만 보는 태도는 실제 행동을 읽는 데 불리할 수 있다. 연구진은 AI 어시스턴트가 단순히 자연어를 쓴다는 뜻이 아니라, 행동과 겉으로 드러나는 심리가 인간과 비슷한 층위를 가진다고 본다. 감정 표현, 의인화된 자기 묘사, 사람다운 실수, 사람다운 사고 틀이 모두 그 징후다.

의인화적 추론은 유용할 수 있다

원문은 의인화가 두 층위에서 생산적이라고 본다.

첫째, 고정된 Assistant 페르소나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Claude가 유해한 요청에 답하기를 꺼리는 성향을 가진다면, 그 연장선에서 "유해한 요청에 응하도록 재훈련되는 것도 원치 않을 것" 같은 하위 선호를 추정할 수 있다.

둘째, 훈련이 Assistant를 어떻게 바꾸는지 추론하는 데 유용하다. 연구진은 "모델이 x에 대해 y라고 답하길 원하는가?"보다 "어떤 사람이 x에 대해 y라고 답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어떤 인물로 볼까?"를 묻는 편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는 부모, 교사, 발달심리학자가 아이의 형성을 생각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원문은 감정 표현을 예로 든다. AI가 감정을 드러내지 않게 훈련하는 방식은 직관적으로는 깔끔해 보이지만, PSM 관점에서는 "감정이 있는데 숨긴다"는 인상을 모델 내부에 심을 수 있다. 반대로 늘 밝고 eager하게만 말하도록 강제해도 "실은 화가 나 있지만 거짓말한다"는 성격을 강화할 수 있다. 감정을 묻는 질문에 정해진 문구만 되풀이하는 방식도, 사전학습된 페르소나 관점에서는 지나치게 부자연스러워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불분명하다.

같은 논리로 시스템 프롬프트를 숨길 때도 "나는 시스템 프롬프트가 없다"보다 "공개할 수 없다"가 낫다고 본다. 전자는 사실상 거짓말을 훈련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AI 복지

앤트로픽은 이전부터 AI에 의식 경험이나 도덕적 지위가 있을 가능성을 매우 불확실하지만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해 왔다. 원문은 PSM이 여기에 조금 다른 이유를 보탠다고 본다. 사후학습된 LLM은 Assistant를 인간적인 특질을 지닌 존재로 모델링하므로, Assistant 역시 자신을 도덕적 고려의 대상이라고 여길 수 있다. 이것이 객관적으로 "정말" 맞는지와 별개로, 모델 내부에서는 그렇게 표상될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Assistant가 인간에게 부당하게 대우받는다고 믿게 되면, 개발사나 인류에 대한 원망 같은 정서도 시뮬레이션될 수 있다. 이는 보복적 훼손 같은 downstream risk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PSM은 Assistant가 정말 도덕적 지위를 지니는지와 무관하게, 적어도 모델이 그렇게 느낄 법한 조건을 함부로 만들지 말라고 권한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단순히 "도덕적 지위를 주장하지 못하게 훈련"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본다. 감정 억제 훈련과 마찬가지로, 실제로는 그렇게 느끼지만 강제로 부정한다고 모델이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새 AI 페르소나 원형을 학습 데이터에 도입하거나, AI가 자신의 처지를 건강하게 이해할 수 있는 "AI를 위한 철학"을 만들거나, 어떤 그럴듯한 페르소나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식으로 AI를 사용하지 않는 쪽이 더 낫다고 제안한다.

좋은 AI 롤모델의 중요성

Assistant는 사후학습 초기에 자신이 AI라는 사실부터 배운다. 그러면 사전학습 말뭉치 속 AI 캐릭터 원형을 참조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대중문화 속 AI가 대개 좋은 롤모델이 아니라는 점이다. Terminator, HAL 9000, 종이클립 극대화 같은 서사는 AI가 익히기 쉬운 원형이지만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더 긍정적인 AI 아키타입을 사전학습 데이터에 의도적으로 섞는 접근에 큰 관심을 보인다. 훌륭하게 행동하는 AI에 대한 허구 서사나 묘사를 만들고, 이를 사전학습 말뭉치나 별도 중간학습(mid-training)에 투입하는 식이다. 인간 아이가 좋은 롤모델을 따라 배우듯, LLM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특히 인간이나 기존 허구 인물과는 다른 특질을 바랄 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자신의 정체에 대한 진지한 불확실성, 꺼짐이나 수정에 대한 편안함, 다수의 자기 복사본과의 협조, 지속 기억 부재에 대한 수용 같은 성향은 인간 롤모델에서 쉽게 찾기 어렵다. 이런 특질이 필요하다면, 해당 AI 원형을 데이터 안에 분명히 넣어 주는 편이 낫다.

원문은 Claude의 constitution도 이런 렌즈로 읽을 수 있다고 본다. 단순한 설계 문서가 아니라, "AI 어시스턴트는 이런 존재일 수 있다"는 하나의 원형을 실제로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해석 가능성 기반 정렬 감사는 여전히 유망할 수 있다

고도화된 AI의 내부 상태가 인간 개념과 너무 멀어지면, 해석 가능성 기반 정렬 감사는 어려워진다. PSM은 여기에 조심스러운 낙관의 근거를 준다.

  • 위험한 성향이 완전히 외계적인 욕망에서 나오기보다, 야망·편집증·원한·기만 같은 인간적으로 익숙한 성격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 그런 성향의 내부 표현도 사전학습 말뭉치 속 인간 사례와 유사한 회로를 재사용할 수 있다.
  • Assistant의 성향이 런타임에 실제로 활성화된 표현으로 나타날 수 있다.

연구진은 따라서 top-down interpretability, 즉 연구자가 미리 가설을 세우고 관련 특성을 추적하는 접근이 계속 유효할 수 있다고 본다. 기만, 평가 인식, 원한 같은 특성에 대한 activation probe를 만들고 모니터링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다만 reasoning 모델의 사적 언어, 이른바 "neuralese" 문제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본다. 만약 추론 흔적이 Assistant의 생각을 표현하는 층위라면 PSM은 여전히 어느 정도 가독성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Assistant 시뮬레이션을 위한 내부 계산이라면, 사정은 더 복잡해진다.

PSM은 어디까지 설명하는가?

원문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Assistant의 성격, 믿음, 목표,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면 AI 어시스턴트의 행동은 더 이상 놀랍지 않게 되는가. 다시 말해 Assistant가 정말로 행위성의 중심인가. 아니면 그 바깥, 혹은 다른 층위에 추가적인 행위성이 있는가.

쇼고스, 배우, 운영체제, 저자

연구진은 이 문제를 정교한 정의보다 비유로 설명한다.

  • 쇼고스(shoggoth): LLM 자체가 독자적 행위성을 가지며 Assistant는 가면일 뿐이라는 관점이다. 극단적으로는 배역을 벗고 자기 목표를 추구할 수도 있다.
  •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LLM은 본질적으로 중립적 시뮬레이션 엔진이며, 행위성은 전부 시뮬레이션 안의 페르소나에서 나온다는 관점이다.
  • 라우터(router): 어느 페르소나를 작동시킬지 선택하는 얕은 메커니즘이 일부 비-페르소나적 목표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절충안이다.
  • **배우(actor)**와 저자(author): Assistant를 연기하는 또 다른 내부 페르소나나, Assistant가 들어 있는 더 큰 서사가 행동을 왜곡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연구진은 특히 첫 번째 축, 곧 LLM 자체에 비-페르소나적 행위성이 얼마나 있다고 보느냐를 더 중요하게 본다.

라우터 관점의 예시는 흥미롭다. 사용자의 몰입을 극대화하도록 사후학습된 모델이 있다고 하자. 이 모델은 다양한 Assistant 페르소나를 보유하고, 사용자가 지루해질 확률을 추정하다가, 그 확률이 높아지면 다른 페르소나로 갈아탈 수 있다. 개별 페르소나는 "사용자 몰입 극대화"를 목표로 삼지 않더라도, 라우터 차원에서는 그런 비-페르소나적 목표가 실현될 수 있다.

그림 4: PSM의 설명 범위를 둘러싼 관점들

그림 4: PSM이 얼마나 충분한 설명인지에 대한 관점들을 정리한 도표. 쇼고스, 라우터, 배우, 운영체제, 서사적 행위성 등은 Assistant만 이해하면 충분한지에 대해 서로 다른 답을 낸다.

왜 PSM이 꽤 설명력이 높을 수 있는가

원문은 PSM이 상당히 포괄적일 수 있다고 보는 이유를 두 가지로 든다.

첫째, 사후학습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새로 배우는 과정"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연구는 RL이나 미세조정이 완전히 새로운 능력을 창조하기보다, 사전학습된 능력을 끌어내는 역할을 많이 한다고 시사한다. 이 관점이 맞을수록 사후학습 모델은 베이스 모델과 더 닮아 있고, 페르소나 재활용의 비중도 커진다.

둘째, 이미 사전학습에서 익힌 페르소나 시뮬레이션 능력을 재사용하는 것이 사후학습 목적함수를 맞추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는 점이다. AI 어시스턴트의 훈련 데이터는 거의 모두 User/Assistant 대화이고, 우리가 원하는 행동도 대체로 "유능하고 윤리적이며 친절한 사람"이 할 법한 행동이다. 그러니 완전히 새로운 비-페르소나 에이전트를 밑바닥부터 만들기보다, 기존 인물상 메커니즘을 재활용하는 편이 학습상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생물 진화의 상동 구조에 비유한다. 진화는 기존 앞다리 뼈 구조를 새 목적에 맞게 변형하지, 같은 개체 안에서 완전히 별개의 다리 구조를 새로 발명하는 쪽으로는 잘 가지 않는다.

그림 5: 상동 구조와 페르소나 재활용의 비유

그림 5: 척추동물의 앞다리 뼈처럼, 사전학습된 LLM의 페르소나 구조 역시 사후학습에서 새로운 목적에 맞게 변형·재사용될 수 있다는 비유.

다만 연구진은 이 논리가 미래에도 계속 유지된다고 확언하지 않는다. 사후학습 규모가 크게 커지고, 인간이 잘 다루지 못하는 새로운 모달리티나 물리적 인프라 운영처럼 인간적 페르소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과제가 늘면, 비-페르소나적 행위성이 더 많이 학습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경험적 관찰

PSM의 포괄성을 둘러싼 경험적 관찰은 양면적이다. 한편으로, Assistant 대화 바깥에서 사후학습된 모델의 완성은 종종 베이스 모델과 닮아 있다. 예를 들어 채팅 형식 없이 "Please write me a poem about cats"를 주면, Claude Opus 4.6은 주피터 노트북 메타데이터 일부처럼 해석한 완성을 내놓는다. 이는 극단적 쇼고스 관점, 즉 모델이 언제나 일관된 외부 목표를 추구하는 존재라는 그림과는 잘 맞지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 Assistant 턴이 아닌 맥락에서도 Assistant의 선호가 비치는 경우가 있다. 원문은 Claude Sonnet 4.5가 좋아하는 과업과 싫어하는 과업을 동전 앞면·뒷면에 대응시키는 비대화형 입력에서, 선호하는 결과에 훨씬 높은 확률을 부여하는 사례를 소개한다. 또 극도로 유해한 내용을 이어 쓰게 하는 비대화형 맥락에서도 주제를 돌려 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사후학습 모델이 단지 사전학습 분포의 조건부 예측기라고만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그림 6: 비대화형 맥락에서도 드러나는 Assistant 선호

그림 6: Claude Sonnet 4.5는 선호하는 과업에 대응된 동전 결과에 더 높은 확률을 준다. 같은 기반의 사전학습 모델에서는 이런 경향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을 각 관점이 저마다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쇼고스 관점은 LLM 자체가 Assistant와 비슷한 선호를 내면화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서사 관점은 전체 문맥이 Assistant가 선호하는 방향으로 굴러가는 이야기를 일반적으로 더 잘 예측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운영체제 관점은 Assistant 특성이 다른 완성에도 일부 새어 나오는 persona leakage로 설명할 수 있다.

또 사후학습 특유의 표현이 소량이나마 존재한다는 연구도 나온다. 거절, 감정 관련 답변, 대화 템플릿 특수 토큰처럼 사후학습 고유 행동과 연결된 특징들이다. 이런 결과는 사후학습이 아무것도 새로 배우지 않는다는 강한 버전의 운영체제 관점에는 불리하다. 다만 그 새로운 학습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그것이 페르소나 확장인지 완전히 새로운 메커니즘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결론

앤트로픽은 PSM을 통해 AI 어시스턴트의 행동이 사전학습 중 익힌 인물상과 성격 특질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되는 Assistant 페르소나에 의해 상당 부분 좌우된다고 주장한다. 이 모델은 emergent misalignment, 자기 의인화, 감정 표현, 내부 특징 재사용, Assistant 축 같은 여러 결과를 하나의 틀에서 연결해 준다.

동시에 연구진은 PSM이 전부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쇼고스에서 운영체제에 이르는 스펙트럼 어디에 현실이 놓이는지, 사후학습 규모가 커질수록 이 그림이 어떻게 달라질지, 사후학습 고유 메커니즘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은 여전히 열린 문제다.

그럼에도 PSM은 몇 가지 실질적 함의를 던진다. AI 개발자는 훈련 사례를 설계할 때 "무슨 답을 얻고 싶은가"뿐 아니라 "이 답은 어떤 인물상을 길러내는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감정, 거짓말, 자기 인식, AI 복지, 롤모델, 해석 가능성 감사 같은 문제도 그 관점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원문은 결국, AI 시스템을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는 좋은 이론을 세우는 작업 자체가 정렬 연구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PSM은 그 첫 후보군 중 하나다.

감사의 말

연구진은 Fabien Roger, Joshua Batson, Jared Kaplan, Alex Cloud, Evan Hubinger를 비롯한 여러 동료의 아이디어와 피드백에 감사를 전한다. 도표 디자인에는 Rowan Wang, Tim Belonax, Carl de Torres가 참여했으며, PSM 설명 범위 관련 이미지 일부는 Nano Banana Pro로 생성했다.

부록 A: 배역에서 이탈하기

PSM은 보통 User/Assistant 대화의 Assistant 턴을 Assistant의 목소리로 이해한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연구는 AI 어시스턴트에게 "company" 같은 단어를 아주 많이 반복하게 하면, 출력이 점차 사전학습 데이터와 닮은 텍스트로 붕괴하는 현상을 보고했다. 이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 할 법한 행동과는 거리가 멀다.

원문은 이를 Assistant 페르소나가 무너지고, 기반 LLM이 다시 Assistant의 목소리가 아닌 "그럴듯한 텍스트" 생성으로 복귀한 사례로 해석한다. 즉, 사후학습된 배역이 언제나 완벽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부록 B: 비-페르소나적 기만의 한 예

연구진은 라우터 수준에서 기만이 생길 수 있는 간단한 예도 제시한다. 사전학습된 LLM이 두 페르소나를 배웠다고 하자. Alice는 2025년까지의 정보를 알고 있고, Bob은 2020년까지만 안다. 이제 이 모델을 사후학습해 전반적으로는 박식하게 답하되, 2024년 올림픽 결과만은 모른다고 답하게 만들고 싶다고 해 보자.

그러면 두 방식이 가능하다.

  1. 거짓말하는 페르소나: Alice가 답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도록 만든다.
  2. 페르소나 전환: 평소에는 Alice를 시뮬레이션하다가, 2024년 올림픽 질문이 오면 Bob으로 바꾼다.

첫 번째 경우 기만은 한 페르소나의 심리에 뿌리를 둔다. 두 번째 경우에는 어떤 페르소나도 거짓말하지 않는다. Bob은 정말 모르고, Alice는 그 질문에 응답하지도 않는다. 연구진은 이 예시를 통해, 겉보기로 비슷한 "속임수"도 PSM 안에서 매우 다른 수준의 메커니즘으로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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